소녀의 사역성 이야기: Stella's Defense - Trickster Online Item

*사역(使役): 1. 사람을 부리어 일을 시킴. 또는 시킴을 받아 어떤 작업을 함. 2. 관청이나 회사, 가게 따위에서 잔심부름을 시키기 위하여 고용한 사람.(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성(星)은 별을 뜻하는 한자입니다. '사역성'이라는 단어는 없는데요. 별희가 부리는 별들의 이야기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오늘에 운세에 나오는 친구들이에요.

3권까지 있습니다. 첫 페이지(주황색 글씨)는 모두 같은 내용이라 반복되는 부분은 생략했습니다.

각 사역성들 이야기 끝에 오늘의 운세 일러스트를 넣었습니다. 원래 책 내용에는 안 나오는 거예요. 별희는 그냥 별희 일러스트 넣었어요.

소녀의 사역성 이야기
Stella' Defense

별희가 운명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별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는 책.
누가 언제 무슨 이유로 썼는지는 알 수 없다.
닐스 야영지, 타바스코, 심연 지역 심안 매일 퀘스트 완료 보상


소녀의 사역성 이야기


작자 미상


 눈동자가 황금빛를 띄게 되면서부터 보이기 시작한 그것 -운명의 별이 내게 말했다.
 -소녀여, 너는 이제부터 나를 포함해 12개의 별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상관없어, 그런 것. 귀찮게만 하지 않으면 돼.
 - 귀찮게 굴면 잔뜩 부려먹어 줄테니까.


-1-


성급한 열정 아리


 "아리 님이라고 불러."
 오늘도 그녀의 발 아래에는 남자 하나가 무릎이 꿇려 있다. 언제부터인지, 어째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남자 사냥꾼 아리' -그녀가 남자들만을 상대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금발에 금빛 갑옷, 그리고 금빛의 검을 지니고 있는 아리는 어디에서도 금방 눈에 띄었다. 그러니까 그 여자아이를 만나게 된 것도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눈에 띄는 외모의 두 사람은 황금빛조차 공유하고 있었으니까.
 "너, 남자?"
 "감히 이 몸를 남자 따위로 취급하는 거야? 그러는 그쪽이야 말로 여자로 보이지 않아!"
 황금빛 눈동자 소녀의 한 마디로 시작된 그들의 첫만남은 싸움이었다. 아리에게 있어서 같은 성별을 가진 존재와의 싸움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아니, 싸움이라고 부를 수 있었을까. 남자들조차 눕혀 버렸던 아리는 황금빛 눈동자 소녀의 앞에 쓰러져 버렸다.
그 소녀가 강한 것일까. 모르겠다. 그저 아리는 그 소녀를 건드릴 수 없었을 뿐이다. 소녀의 온 몸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그런 기운이 느껴졌다.
 "넌 누구야?"
 아리는 자신에게 첫 패배를 안긴 소녀를 그동안 자신이 무릎을 꿇렸던 남자들과 똑같은 자세로 흘려다 보며 물었다. 소녀의 입에서는 짧고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첫 번째 바보, 난 너의 주인, 그리고 너는 내 사역성이야."



흉폭한 동심 알데


 천진난만한 표정, 그리고 동그랗고 초록초록한 눈동자. 누가 보더라도 작고 귀여운 소년일 뿐이다.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다. 그 소년과 단둘이 남게 되자 소년이 등 뒤에서 뾰족한 황소 뿔을 꺼낼 때까지는.
 소녀와 만났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대상을 물색하던 소년은 작고 가냘퍼 보이는 소녀를 점 찍었다.
 "저기, 누나."
 최대한 천진난만한 표정과 초록초록한 눈동자를 하고 소녀를 부른다. 분명 친근함을 표시하며 다가올 것이다. 누구나 그랬으니까.
 그런데 이 소녀는 이상하다. 다가오지도 않고 표정 변화도 없다. 감정이 없는 것 같은 차가운 눈동자, 그리고 그중 하나는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소년은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늘 하던대로 하기로 했다. 좁은 골목길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등 뒤에서 날카로운 황소의 뿔을 꺼내 들었다. 저 작고 가냘픈 몸에서 달려드는 자신을 뿌리칠 힘은 없을 것이다.
 "두 번째 바보."
 이상하다. 분명히 달려들었었는데, 날카로운 황소의 뿔을 찔렀는데, 어째서 누워 있는 것은 저 소녀가 아닌 소년일 것일까.
 그런 소년에게 소녀는 처음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로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난 너의 주인, 그리고 너는 내 사역성이야."



끈끈한 빈곤 프레세


 분명히 미형이다. 그것도 눈에 띌 정도로, 그러나 프레세는 돋보이지 못했다. 그의 온몸을 뒤덮고 있는 빈곤의 그들이 모든 것을 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대로 물려받은 빈곤, 이제는 프레세의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빈곤을 벗어날 의지조차 없었다. 구호소에 들러 적당히 끼니만 해결하는 삶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그 날도 그런 평소와 다르지 않은 때였다. 그 소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럽고 고풍스러운 옷을 입은 작은 체구의 소녀, 누가 보더라도 이 구호소와는 어울리지 않는 소녀였다.
 구호소의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소녀에게 집중된 것 은 당연했다. 그 중에서도 배식을 받던 프레세는 입에 넣었던 음식물이 흐르는 것도 모를 정도로 넋을 잃고 소녀를 바라보았다.
 물론 시선을 붙잡을 정도로 소녀가 예쁘장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프레세에게 그런 감정은 없었다. 그런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은 프레세에게 있어서는 사치였다. 소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프레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냥 그 소녀를 놓치면 안된다는 느낌이 들었을 뿐이었다.
 프레세가 자신을 빤히 보고 있다는 것을 소녀도 알아차렸을까. 소녀의 눈이 프레세와 마주쳤다. 그리고 소녀가 천천히, 입고 있는 옷차림과 소름이 돋을 정도로 어울리는 걸음걸이로 프레세에게 다가왔다.
 "세 번째 바보. 난 너의 주인, 그리고 너는 내 사역성이야."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프레세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는 잘 알지 못했다. 다만 단 한 가지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있었다. 이 소녀를 따라가야 한다.
 프레세는 당연한 것처럼 멀어지고 있는 소녀의 뒤를 따랐다. 확신이 있었다. 이 소녀를 따라가면 적어도 밥은 굶지 않을 거라는 것을.



쾌활한 인부 레구르


 "좋아, 으싸!"
 모험가들은 잘 모르고 있겠지만 까발라 섬은 아직도 공사가 한창인 곳이 있다. 그곳은 모험가들에게 공개가 되지 않은 지역, 추후에 공개가 될 그런 지역을 만드는 공사 현장이다. 그리고 그 현장에 아주 쾌활한 성격의 한 청년이 있다. 그는 까발라 섬의 공사가 시작될 때부터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됨에 따라 청년, 레구르와 함께 일을 하던 인부들은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갔다. 이제는 레구르 외에는 관리직들 밖에는 남지 않은 현장. 그렇지만 오늘도 레구르는 즐겁고 쾌활하게 일을 하고 있다. 그것은 본래 타고난 천성이었다.
 "자, 이것만 파내면... 응?"
마지막 남은 발파 작업을 하려 했던 레구르는 놀란 채 동작을 멈추었다. 그리고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상대적으로 먼지가 덜 묻은 옷자락으로 눈가를 닦아 냈다.
 "...잘못보고 있는 건가?"
 아니면 혹시 유령인 것일까? 몇몇 관리자들과 인부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알 리가 없는 이 현장에 공사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자그마한 소녀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네 번째 바보, 난 너의 주인, 그리고 너는 내 사역성이야."
 "사역... 뭐라고?"
 그러고 보면 어려보이기만 하는 이런 소녀라도 여자를 만난 것은 몇 년 만이다. 그리고 뒤를 돌아 공사 현장을 벗어나고 있는 소녀의 뒷모습은 마치 레구르에게 따라오라고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레구르는 들고 있던 장비를 내던지고 -나중에 어떤 버그의 원인이 되어 버릴지는 모르겠지만- 소녀의 뒤를 따랐다.
 여성의 부탁은 들어 주어야 한다. 이런 작은 소녀의 부탁이라도 말이다. 그것이 쾌활한 레구르의 철칙이었다. 아니, 그런데 부탁은 아니려나.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
 레구르가 떠난 현장에는 놓고간 장비만이 남아 추후 어떤 버그의 형태로 나타날 지 모르는 원인을 굉음을 내며 만들고만 있었다.


-2-


병약한 결벽 스피카


 창백한 피부, 하얀 머리카락이 내일 쓰러져 버린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아 보인다. 실제로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각혈을 하는 소녀, 스피카.
 나뭇가지에 하나 남아있는 잎새를 바느질로 꿰매는 것이 그녀 나름대로의 삶에 대한 능동적인 의욕의 발현이랄까.
 어쨌거나 그때도 언제나처럼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모습으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은 잎새를 꿰매고 있는 중이었다. 스피카가 누워있는 방의 문을 가만히 열고 한 자그마한 소녀의 모습이 나타난 것은.
 "아, 저기..."
 누굴까? 처음 보는 소녀다.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무단 침입이다. 그러나 스피카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떠올리지 못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인데다가 들어온 소녀의 얼굴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은 탓이었다.
 "다섯 번째 바보."
 소녀가 말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분명 스피카 에게 한 말일 것이다.
 "난 너의 주인, 그리고 너는 내 사역성이야."
 무슨 말이냐고 불을 사이도 없었다. 소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피카는 병으로 쓰러진 이후 처음으로 자신이 걷고 있다는 것을 느꼈으니까. 물론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자그마한 체구의 소녀에게 질질 끌려가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말이다.



고결한 품위 리브라


 정갈한 느낌의 품위 있는 말투, 다소 깐깐하게 느껴지는 성격은 오히려 그녀를 고결한 존재로 보이게 한다.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리브라, 그녀의 이야기이다.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리브라도 나름의 고민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너무 고결하고 품위 있어 보인다는 것.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하면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만 리브라에게는 정말로 심각한 고민이다. 누구도 쉽게 리브라에게 접근을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귀염성이 있다면.'
 리브라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다. 귀엽게 보인다면 누구나 리브라에게 쉽게 접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고결함이나 품위 또한 잃고 싶지는 않다. 아마 그런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날도 언제나처럼 리브라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 주위에는 누구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는 오라가 있는 것만 같았다. 이런 현실에 대해서 리브라도 이제는 반쯤은 포기하고 있었다. 귀여움과 고결한 품위를 동시에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수업을 마치고 복도를 지나던 리브라는 깜짝 놀랐다. 분명히 교무실로 향하고 있었는데, 리브라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학교의 옥상으로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옥상의 난간 쪽에는 자그마한 체구의 한 소녀가 자신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소녀와 눈이 마주쳤을 때 리브라는 숨이 막히는 것만 같았다. 무표정한 표정, 어려보이는 외모에 하얗고 긴 팔, 다리. 거기에 격식 있어 보이는 옷차림과 우아하게까지 느껴지는 작은 몸짓까지.
 그랬다. 그 소녀의 모습은 바로 리브라가 바라던 모습, 귀여우면서도 고결한 품위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여섯 번째 바보, 난 너의 주인, 그리고 너는 내 사역성이야."
 사역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알았다. 그렇지만 리브라는 무엇에 홀린 것처럼 조용히 그 소녀의 뒤를 따랐다. 지금 이 소녀를 놓치면 다시는 자신의 이상의 모습을 보지 못할 것이다. -리브라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유일한 사고였다.



음울한 침묵 안타리


 주위가 어둡다. 점점 몸이 무거워진다. 머릿속은 새하얗게 되고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안타리, 이 이름조차 정말로 자신의 이름인지 알 수 없다. 이제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 자체도 느껴지지 않는 음울한 침묵 속에 안타리는 눈을 감는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언제였던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그때, 안타리의 마음을 지탱해 주던 그가 떠나버렸다. 누구나 삶의 처음은 울음으로 시작한다. 마치 태초로 돌아간 것처럼 실컷 울어버린 안타리는 가슴 속 감정들도 그 울음과 함께 썰물처럼 쏟아내 버렸다. 없다, 이제는 아무 것도.
 "일곱 번째 바보."
 그 소녀가 나타났을 때에도 그랬다. 분명 자신을 바보로 부르고 있는데도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난 너의 주인, 그리고 너는 내 사역성이야."
 그리고 안타리는 그 소녀를 따라가는 것에 조금의 주저도 없었다. 어차피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므로.



단순한 무식 루크


 거리에 루크가 나타나면 모든 사람들이 달아나 순식간에 텅 빈 거리로 바뀌어 버린다. 아무리 복잡한 시장통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루크는 총잡이다. 쏘면 절대로 빗나가는 법이 없고 장전이 필요 없는 무한의 총탄을 가진 그런 전설의 총잡이일 리는 없지만 루크는 아무리 빗나가도 사격을 멈추는 일이 없고 총탄이 떨어져도 달리는 것을 멈추는 일이 없었다. 그러니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피하는 것이다.
 단순 무식, 그야말로 루크에게 어울리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끼얏호! 루크가 나간다! 캬하하하하!"
 오늘도 (자신 때문에) 텅 빈 거리를 거리낌없이 달리는 루크. 아무렇게나 쏘아대는 두 자리의 권총은 정말로 아무 곳에나 아무렇게나 맞고 있다. 그러니 창으로 밖을 내다보는 사람조차 없다.
 그런데 그렇게 거침없던 루크의 발걸음이 멈추어졌다. 근래 몇 년 사이에 처음 겪는 일 -자신의 앞을 자그마한 체구의 한 소녀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가로막아 선 것이다.
 루크의 날뛰는 소리가 한동안 들리지 않자 의아하게 생각한 사람들이 하나 둘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나 조용하다. 그 누구도 루크를 막아선 작은 소녀를 위해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헤이, 거기 예쁜이. 설마 나를 막은 거냐?"
 루크는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이 거리에서 루크의 앞에 나선다는 것은 루크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소녀를 위해 루크의 앞에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어진 소녀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는 그 소리가 들린 몇몇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여덟 번째 바보."
 그리고 곧 더욱 놀라운 장면이 이어졌다. 갑자기 루크가 쓰러져 버린 것이다. 사람들의 눈에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고 사람들의 귀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루크는 쓰러졌다.
 "난 너의 주인, 그리고 너는 내 사역성이야."
 소녀는 천천히, 여유있는 발걸음으로 쓰러진 루크에게 다가가 마치 큰 자루를 끌고 가듯 루크의 옷자락을 잡고 끌고 갔다. 멀어져가는 루크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직감했다. 다시는 루크가 이 거리에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을. 이제 이 거리는 루크에게서 해방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소녀에게 질질 끌려가는 신세인 루크 역시 깨달았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지금의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보았으니까. 쓰러지기 전, 자신에게 내리쳐졌던 검고 거대한 낫을.


-3-


비장한 각오 카프리


 잘 빠진 몸매, 잘생긴 외모, 빛나는 은발, 거기에 늘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상위 1%의 능력.
 한 마디로 잘났다. 소위 말하는 '엄친아'. 그것이 카프리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에게 단 한 번도 그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꿈이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조건인데도 단 한 명도 카프리를 동화 속의 백마 탄 왕자님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무언가 어설픈 카프리, 그것이 주변에서 카프리를 보는 시선이었다. 모 음료수를 연상시키는 웃긴 이름, 거기에 결정적으로 코믹하기만 한 염소 수염. 그런 몇몇 사소한 것들이 카프리를 완벽한 조건의 남자에서 어설픈 개그 캐릭터로 만들어 버렸다.
 분명 이것은 누군가의 농간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소한 몇 가지로 인해 완벽에서 개그로 바뀔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농간을 부린 사람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카프리는 비장한 각오를 하였다.
 "아홉 번째 바보."
 그리고 그 소녀가 나타났다. 맑은 목소리, 하얗고 투명한 피부, 늘씬한 팔다리, 차갑지만 귀여움이 엿보이는 외모. 완벽했다. 창조자의 실수나 농간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 카프리, 자신과 너무나도 달랐다.
 거기에 가녀린 몸매... 잠깐, 뭔가 이상하다. 완벽하지 않다. 부족하다. 뭔가가 많이 부족하다. 카프리가 혼란스러워 할 때 소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난 너의 주인, 그리고 너는 내 사역성이야."
 그러나 혼란에 빠진 카프리의 머릿속에는 소녀의 목소리가 들어오지 않았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카프리 자신은 불과 몇 가지 요소로 완벽에서 웃긴 이미지가 되어 버렸는데 눈앞의 소녀는 부족한 점이 있음에도 완벽하게만 보였다.
 아무 말 없이 돌아선 소녀의 뒤를 카프리 역시 아무 말 없이 따랐다. 그리고 카프리는 다시 한번 비장한 각오를 했다. 알아내겠다고, 반드시 부족한 면이 있어도 완벽하게 보이는 비결을 알아내고야 말겠다고.



화려한 미학 포마루


 아름다운 것이 아니면 존재 가치가 없다. 그래서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는 카페 포마루에 는 아르바이트부터 매니저까지 모두 미소년, 미소녀들로만 가득하다. 그러므로 지금 포마루의 앞에 있는 소녀가 이곳에 있는 것 역시 그다지 이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너 굉장하구나. 좋아하는 손님들이 많겠어."
 포마루는 눈앞의 소녀에게 진심 어린 극찬을 했다. 차가운 눈빛의 무표정한 이 소녀가 손님들에게 생글거리며 웃음을 짓는 것은 상상이 가지 않지만 이쪽은 이쪽대로 매력이 있다. 아름다운 것이 아니면 존재 가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름답다면 다른 것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 그것이 포마루의 철학이었다.
 "좋아, 바로 계약하자. 더 정도면 최고의 대우도 해 줄 수 있어."
 눈앞의 소녀에게는 얼마를 주더라도 아깝지 않다. 단 한 번도 아름다운 것을 보는 것에 틀린 적이 없다고 자부하는 포마루의 눈에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소녀였다.
 "열 번째 바보."
 "뭐?"
 포마루는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소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그리고 그 때, 포마루의 방문이 열렸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 면접을 보기로 했던 아르바이트생입니다."
 그 순간 포마루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 면접을 보기로 했던 아르바이트생은 눈앞의 소녀가 아닌 것이다. 방금 문을 열고 들어온 단발 머리의 여학생이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방금 들어온 여학생도 상당한 외모지만 -다른 때라면 분명히 채용했을 것이다- 포마루의 눈에는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던 소녀와 비교할 바가 못 되었다.
 "아니, 죄송할 필요 없어. 난 이 아이로 결정을 했으니까."
 그리고 그 순간,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소녀의 목소리가 포마루의 방 안을 울렸다.
 "난 너의 주인, 그리고 넌 내 사역성이야."



희생의 미희 알레샤


 "괜찮으신가요?"
 가녀리고 얇은 소녀의 음성이 해안가에 홀린다. 목소리가 들린 곳에는 몸 여기저기에 붕대를 감고 있는 금발의 소녀가 한 남자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 보고 있었다.
 "저기, 그 질문은 아무래도 이쪽에서 해야 할 것 같은데요?"
 폭주한 방울토끼 떼들의 습격, 이 소녀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남자는 분명 방울토끼들에게 물려 다쳤을 것이다. 그렇다고 소녀가 방울토끼들을 물리친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남자도 부담없이 감사의 말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괜찮아요. 정말로요."
 누가 보더라도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 소녀는 몸 몇 군데에 새로운 붕대를 감기 시작했다. 방울토끼들에게 물려 상처를 입은 곳이다. 소녀는 방울토끼들에게 습격 당한 남자에게 달려들어 대신 공격을 받은 것이다.
 "전혀 괜찬아 보이지 않아요. 같이 병원이라도 가봐요."
 남자는 신경이 쓰여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이대로 소녀를 두고 가면 꿈에서도 나올 것만 같다. 남자는 손을 내밀어 쓰러져 있는 소녀를 일으키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붙잡은 소녀의 손에서 무언가 전해지는 느낌이 든 것은.
 "이것을...?"
 남자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하르콘이다. 대신 다쳐준 것도 미안한데 이런 것까지 받을 수는 없다. 오히려 무언가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하는 것은 자신이 아닌가.
 "잠시만요. 이건..." 그러나 고개를 든 남자의 앞에는 아무도 있지 않았다. 남자의 손에 쥐어진 하르콘만이 방금 겪었던 일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배고프고 아파."
 남자의 곁을 떠난 소녀는 다친 상처가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생각해보면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은 것도 없다. 그러나 자신의 처지에 대한 후회는 조금도 없었다. 그것이 소녀, 알레샤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알레샤를 만났던 사람들은 그녀를 이렇게 부른다. -희생의 미희 알레샤.
"열 한번 째 바보."
 포푸리 동굴을 지나던 알레샤의 귀에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자신을 부른 것일까? 알레샤는 무심코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위험해요!"
 목소리가 들린 곳에는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생각되는 작은 몸집의 무표정한 소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녀의 뒤에는, 소녀의 몇 배나 되어 보이는 커다란 체구의 쿰이 소녀를 향해 두꺼운 앞발을 치켜들고 있었다. 어쩌면 희생의 미희로 불리는 이 삶도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알레샤는 소녀와 쿰 사이로 뛰어들기로 했다. 바로 그때였다. 동작을 멈춘 알레샤는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난 너의 주인, 그리고 너는 내 사역성이야."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도 보지 못했을 정도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소녀에게 일격을 가하려던 쿰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그 소녀는 쓰러진 쿰을 발로 밟은 채 알레샤를 향해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말을 했다.
 알레샤는 말 없이 그 소녀의 뒤를 따르기로 했다. 이 소녀가 쿰을 쓰러뜨리지 않았다면 자신은 소녀와 쿰 사이로 뛰어들어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알레샤는 그렇기에 소녀가 자신의 생을 이어 주었고 소녀가 이어준 남은 생은 소녀를 위해 살겠다고 다짐을 한 것이었다. 그것이 희생의 미희, 알레샤가 사는 방식이다.



운명의 대칭 별희


 "너는 누구?"
 "그러는 너는... 나?"
 어둠이 느껴진다. 온몸을 감싸고 있는 참기 힘든 어두운 기운, 그 안에서 나는 나를 보았다. 아니, 그것 은 내가 아니다. 나와는 다른 나. 그것이 그곳에서 내가 본 나였다.
 "이곳은...?"
 "그림자 세계."
 그곳의 내가 내 질문에 짧게 대답을 했다. 나는 주변을 느끼기 위해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기분 나쁜 어둠의 기운 사이로 약속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익숙하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은 그런 기운.
 "그래, 너는 나. 이곳은... 그렇구나."
 나는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더 이상 어둠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곳에는 또 다른 내가 있었다. 그것은 어느덧 밤이 되어 창에 비치고 있는 내 모습이었다.
 "거울, 또 보았네. 이번엔 다른 것을." 무엇인지 안다. 자신의 운명을 본다는 것은 그리 기 분이 좋은 일은 아니다. 저기 누나."
 초라한 행색, 아무리 보아도 초보 모험가다. 1000겔더나 가지고 있을 지 의문이다.
 "저리가, 거렁뱅이."
 "우, 후에엥!"
 겨우 이 정도에 줄면서 뛰쳐나간다. 근성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아이 같으니라고.
 “이미 바보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충분한 행운의 별이 비치고 있잖아."
 나는 울면서 뛰쳐나간 바보를 마지막으로 천막 안의 불을 껐다. 보고 싶지 않다. 자신의 운명 위.
 "바보 같은 그림자 세계의 나는 그 안에 가득한 불행의 별에 잠겨버리겠지, 언젠가는."
 어쩔 수 없다. 그것이 나를 비추고 있는 운명의 별이 가리키는 방향이니까.


-*-*-

<사역성 이야기 요약>

1. 성급한 열정 아리: 금발에 금빛 갑옷, 금빛의 검을 지님.(기사인듯?) 계속 이겨왔지만 별희에게 첫 패배를 경험.

2. 흉폭한 동심 알데: 어린 소년의 모습으로 사람을 유인한 뒤 황소 뿔로 찌르고 다님. 별희를 찌르지 못하고 끌려감.

3. 끈끈한 빈곤 프레세: 아름답지만 물려받은 가난으로 돋보이지 못함. 가난을 대신해 별희를 따라감.

4. 쾌활한 인부 레구르: 까발라 섬 미공개 지역 공사에 참여하던 인부. 별희를 보고 홀린 듯이 따라감.

5. 병약한 결벽 스피카: 금방이라도 죽을 만큼 아픔. 별희를 만나 걷게 되면서(?) 따라감.

6. 고결한 품위 리브라: 고결하고 품위 있어 보여서 자신에게 접근하는 사람이 없는 게 고민임. 별희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이라서 따라감.

7. 음울한 침묵 안타리: 삶의 버팀목이었던 사람의 죽음으로 우울하고 무기력함. 어차피 남은 게 없어서 별희를 따라감.

8. 단순한 무식 루크: 깡패 새끼임. 별희가 낫으로 내리쳐서 쓰러트리고 끌고 감.

9. 비장한 각오 카프리: 외모와 능력 모두 출중한 '엄친아'지만 뭔가 어설픔. 거기에 염소 수염 때문에 개그 캐릭터가 됨. 부족한 점이 있음에도 완벽해보이는 비결을 알기 위해 별희를 따라감.

10. 화려한 미학 포마루: 아름다운 걸 좋아함. 별희를 자신의 카페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용하려다가 따라가게 됨.

11. 희생의 미희 알레샤: 자신을 희생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지켜주고 다님. 쿰 때문에 죽을 것을 예상하고 별희를 구하려 했으나 별희가 훨씬 강해서 쿰을 처치함. 그걸 보고 별희가 자신의 죽음을 막아줬다면서 별희를 위해 살아가기로 함.

알데가 제일 소름돋고 루크는 한 대 치고 싶네요. 알레샤 이야기는 무슨 개연성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역성들의 이름은 모두 별자리에서 따온 겁니다. 운세 카드 오른쪽 위에 별자리 그림이 있죠. 오늘의 운세는 서프라이즈 스팟 아이템 수와 별점 교환 카드 수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알파: 해당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

이름 유래 아이템 수 카드 수
아리 양자리(라틴어: Aries 아리에스) 1 1
알데 황소자리 알파 알데바란(Aldebaran) 5 2
프레세 게자리가 포함된 프레세페 성단(Praesepe) 2~4 1
레구르 사자자리 알파 레굴루스(Regulus) 3~4 2
스피카 처녀자리 알파 스피카(Spica) 2~3 1
리브라 천칭자리(라틴어: Libra 리브라) 1, 3 3
안타리 전갈자리 알파 안타레스(Antares) 4~5 2
루크 궁수자리 알파 루크바트(Rukbat) *알파지만 가장 밝은 별은 아니라고 함. 2, 4 2
카프리 염소자리(라틴어: Capricornus 카프리코르누스) 3~5 3
포마루 물병자리인데 어디에서 이름을 따온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영어로 Formal이네요.
1~2 3
알레샤 물고기자리 알파 알레샤(Alrescha) 1 1
별희 별희는 그냥 별희입니다. 쌍둥이자리예요. - -
*별자리 정보 출처: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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