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까지 있습니다. 트릭스터 공식 츤데레 NPC 별희의 설정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별을 보는 소녀 이야기 Story of the Star Gazer Girl 별을 보는 소녀 별희의 이야기가 적혀 있는 책. 누가 언제 무슨 이유로 썼는지는 알 수 없다. |
별희 심안 퀘스트 완료 보상. |
별을 보는 소녀
작자 미상
나는 새벽, 가장 마지막까지 태양빛에 맞서 어둠을 밝히는 열두 개의 새벽별에게 운명의 별을 보는 것이 허락된 유일한 존재. 황금빛 눈은 사람의 과거를,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비추는 운명의 별을 보고 있어.
그러나 그것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별이 비추는 길을 보는 일, 그것이 나의 운명.
-너, 너의 별을 보고 싶어?
-1-
별을 보는 존재
별을 보는 존재는 라 베파나의 일족, 그러니까 라 베파나가 마녀가 되기 전이었던 요정의 일족 중 백여 년에 한 명 꼴로 드물게 태어난다. 그 존재는 황금빛 눈으로 사람을 비추고 있는 운명의 별을 보고 그 사람의 운명을 볼 수 있으며 운명의 별을 움직여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어느 하나만 있어서는 다른 하나 역시 의미가 없는 법, 불행의 별이 비추고 있는 사람의 운명을 움직여 행운의 별이 비추게 한다면 그 불행의 별은 별을 보는 존재 자신에게로 비쳐지게 된다. 결국 그 불행의 별이 쌓여 스스로가 영원히 불행의 별에 잠기게 되는 것 -그것이 별을 보는 존재이다.
-2-
소녀와 점술인
요정의 일족으로 태어나 자신이 요정이라는 자각도 없었을 정도로 어린 소녀는 어느 날 이유도 모르는 채 홀로 인간들의 마을 거리 한복판에 서 있게 된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엄마의 손에 잡혀 있었던 손은 아무것도 없었고 다른 한쪽 팔에는 어릴 때부터 지니고 있던 인형만이 안겨 있었다.
언제나 잘 웃던 소녀의 얼굴에서는 이제 더 이상 웃음을 찾을 수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두려움, 혼자 남겨졌다는 외로움의 감정에 소녀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몰랐다. 모든 것이 거짓말이고 꿈만 같았다. 거울을 보기 좋아했던 소녀는 자신의 황금빛으로 변해버린 눈동자에 대해 말을 했을 뿐인데. 점차 현실 감각이 없어져 갔다. 그렇게 소녀의 얼굴에서 감정의 표현이라는 것은 점차 사라져가고 이제는 소녀의 얼굴에서 감정 표현를 빼앗아간 그런 감정마저 잊어 사라질 무렵, 소녀는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3-
소녀와 점술인
"얘야, 너의 황금빛 눈은 따로 보지 않더라도 너의 운명을 말해주고 있구나. 누구보다도 무겁고 누구보다도 슬프지만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그런 운명... 난 이날 이때껏 단 한 번도 하늘이 정해준 운명을 거스른 적이 없지만 네가 날 따라와서 황금빛 눈이 너 스스로를 위한 미래를 볼 수 있게 되면 좋겠구나."
얼굴과 피부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노파는 그렇게 소녀에게 말을 했다. 그때 소녀는 그것이 무슨 이야기인지, 어떤 뜻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린 나 이에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은 있었다. 이제 소녀에게 돌아갈 곳은 없었다는 것이다.
"본래 너는 요정의 이름을 가지고 있을 테지. 너를 별희라고 불러도 되겠느냐?"
소녀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표정으로 그저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그리고 소녀는 줄곧 자신과 함께하던 귀여운 봉제 인형을 그 자리에 놓아둔 채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던 노파의 뒤를 따랐다.
-4-
소녀와 라 베파나
소녀의 기억 속, 단편적이고 불명확한 이야기들 중에는 마녀가 되어 일족을 떠난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소녀가 점술인과 함께 살게 된 것도 1년여, 그때까지 소녀의 기억 속에 그 이야기는 이제는 잊고자 하는 자신의 일족에게 전해져 오는 옛날 이야기일 뿐이었다. 점술인과 함께 살게 된 1년여가 지난 그해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
소녀가 6살이 되던 해의 겨울이었다. 아즈테카의 겨울의 추위는 스노우힐에 비할 바가 아니었지만 유적지에 서린 기운 탓인지 바람은 살을 에는 듯했다. 물론 소녀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다. 점술인과 함께 살게 된 뒤 소녀는 밖에 나가는 일도, 누구를 만나는 일도 없이 그저 서재에서 오래된 서적들만 읽을 뿐이었다.
그날도 그런 평소 일상과 다를 바 없었다. 서재에서 별에 대한, 그리고 운명에 대한 서적을 읽던 소녀는 문득 평소와 다른 기분을 느끼게 된다. 1년 전 그날, 감정이라는 것을 잃은 소녀의 온몸에 느껴지는 묘한 감정 -어쩐지 사무치는 그리움과 애틋함- 그것을 소녀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다. 누구일까, 어째서 이런 감정이 느껴지는 것일까. 그러나 소녀는 그런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다. 아니, 표현할 줄을 몰랐다. 소녀를 보고 있던 상대는 아마 소녀가 자신의 존재를 깨달았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사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는 단지 소녀를 멀리서나마 보고 싶었을 뿐이고 소녀는 그저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낼 뿐이었다.
-5-
소녀와 라 베파나
소녀의 머릿속에서 갑자기 오래전 들었던 일족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마녀가 되어 사라진 요정에 대한 이야기, 단편적이고 불명확하게만 존재하던 그 이야기가 갑자기 명확하게 하나로 합쳐졌다. 그것은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은발의 여성과 잠시 눈이 마주쳤을 때였다. 마녀다. 분명 이야기 속의 그 마녀다. 1, 2초 -아니, 그것보다도 더 짧았을지도 모른다. 그 찰나의 시간 동안 소녀는 보았다. 소녀의 황금빛 눈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보이지 않는 것도 보였으니까.
시간이 지나고 해가 질 무렵, 소녀는 보고 있던 책을 덮고 밖으로 나섰다. 하얗게 투명한 소녀의 피부에 닿는 차가운 바람의 느낌. 소녀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녀를 보았던 창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 떨어져 있는 큰 별 장식의 머리띠, 보랏빛의 그것은 지극히 소녀다운 디자인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밝지많은 않은 느낌을 주었다.
"바보 마녀."
소녀는 안다. 그 마녀는 자신과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자신처럼 일족을 떠나게 된 자신의 언니라는 것을.
-6-
별을 보는 소녀
별, 운명, 점술, 20여 년 동안 온통 그런 단어에 둘러싸인 채 자란 소녀지만 스스로가 접하는 것은 그저 서적의 지식일 뿐, 따로 생각을 하거나 행한 일은 없었다. 점술인이 소녀가 그런 것에 관심을 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20여 년 전, 일족에게, 그리고 가족에게 버림을 받은 자신을 거두어준 점술인을 거스르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소녀의 방에는 거울이 없었다. 거울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는 기억조차도 이제는 깊은 심연 속에만 존재할 뿐이었다. 불편함은 없다. 어차피 소녀는 밖에 나가지도, 다른 누군가를 만나지도 않았다. 점술인 역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소녀의 모습이 비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투명하고 하얀 피부와 보랏빛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감정이 없는 눈동자와 표정을 가진 작은 소녀의 모습은 그저 사람들 사이에 신경 쓰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문으로만 존재할 뿐이었고 그 소문은 헛소문으로만 치부되었다. 그러니 소녀에게 더 이상 거울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점술인이 외출하고 소녀만 홀로 집에 있는 날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서재에 있던 소녀는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이 느껴졌다. 창이 열린 것일까, 소녀는 서적으로 향하고 있던 시선을 창 쪽으로 돌렸다. 열린 것은 아니다. 소리도 듣지 못했고 그럴만한 이유도 알 수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창은 깨져 있었다.
-7-
별을 보는 소녀
치워야겠지 -소녀는 별다른 생각 없이 깨진 유리조각들을 치우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때, 소녀는 깨진 유리조각에 비친 자신을 보았다. 20여 년 만에 보게 되는 스스로의 모습, 그곳에는 26살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작고 가녀린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 소녀의 하얀 얼굴과는 대조적인 깊고 검은 공간이 거울 속 소녀의 뒤에 펼쳐져 있다. 공간이 열린다. 공간이 깊어져 간다. 그리고 더욱 짙어져 가는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대고 있었다. 그 꿈틀거림은 유리조각 속에서 점점 그 모습이 명확해져 갔다.
어둡다. 빛조차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왜냐하면 빛조차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소녀의 눈에는 분명하게 보였다. 어둠 속에 꿈틀대고 있던 그것은, 거대한 낫을 치켜든 채 유리조각 속 소녀의 모습, 바로 뒤에 서 있었다.
-8-
별을 보는 소녀
놀라 뒤를 돌아본 소녀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곳은 평소와 다름없는 점술인의 서재였을 뿐이었다. 소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황금빛 눈동자가 있는 곳, 바로 그 언저리를. 그리고 소녀는 깨달았다. 자신의 운명을, 언젠가 불행과 어둠에 잠기고 말 그런 미래를.
소녀는 서재를 뛰쳐나왔다. 그리고 집을 뛰쳐나왔다. 20여 년 만에 보게 되는 거리, 20여 년 만에 보게 되는 다른 사람들. 그러나 그런 것을 보고 있을 여유는 소녀에게 없었다. 감정이었다. 20여 년 만에 느끼는 두려움에 대한 감정이었다. 그렇게 소녀는 정신없이 달렸다.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달릴 뿐이었다.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에서 달아나고 싶을 뿐이었다.
얼마를 달렸을까. 작은 소녀의 체력이 더 이상 달리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소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낡은 담벼락에 몸을 기대었다.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소녀의 눈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조차 보고 있었고 그것은 소녀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황금빛 눈동자가 없다면.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소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미 밤이 되어 어두워진 하늘은 수많은 별들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하늘의 모든 별들은 누군가의 운명을 비추어 준다. 그것을 보게 되는 것이 소녀의 운명이고 소녀가 가진 황금빛 눈동자이다. 그러니 황금빛 눈동자가 없다면 그런 운명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소녀의 하얗고 가는 손가락은 어느덧 천천히 황금빛 눈동자가 위치한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
-9-
별을 보는 소녀
"누나, 아픈 거야?"
소녀의 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린아이의 목소리, 소녀의 눈앞에는 작은 체구의 남자아이가 아직도 가쁘게 숨을 몰아 쉬고 있는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는 말없이 소녀에게 다가와 자신의 이마와 소녀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
"열 있는 것 같아. 병원에 가자, 응?"
아이는 무언가 말을 하고 있었지만 소녀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소녀의 황금빛 눈에는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소녀가 보고 있는 아이를 비추고 있는 운명의 별은 말을 하고 있었다. 병원에 가야 하는 것은 소녀가 아닌 그 아이라고.
"저리가, 바보."
차갑게 내뱉어진 소녀의 목소리, 아이는 깜짝 놀라 울음을 터뜨리며 소녀가 있는 골목을 빠져나갔다. 상관없다. 불과 몇 시간 뒤 자신의 운명도 모르는 채 남 걱정이나 하고 있는 바보 같은 것은. 그런 바보들은 정말로 상관없다, 정말로.
"바보 때문에 나를 비추는 불행의 별이 하나 추가..."
소녀는 담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 바보 같다. 모두 바보들 뿐이다. 그렇지만 자신 역시 바보다. 이런 바보 같은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니까.
소녀는 걸음을 옮겨 아이가 빠져나갔던 길을 따라 골목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점술인에게도, 자신을 버린 일족에게도, 그리고 바보 마녀에게도, 이제 돌아갈 곳이란 없었다. 소녀의 운명은 소녀 혼자 걸어야 하는 그런 길인 것이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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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희가 요정 일족에게서 버림 받고 자신의 운명을 처음으로 받아들였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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